
울진은 많은 사람들이 여름 바다 여행지로만 떠올리는 곳이지만, 사실 겨울 울진은 다른 계절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연말 분위기와 겨울바다가 만나는 울진의 겨울은 조용하면서도 은근히 따뜻하고, 바람은 차갑지만 풍경은 마음을 데워준다. 화려하고 북적이는 도시의 크리스마스가 부담스럽다면, 울진은 그 반대의 여행을 선물한다. 여기서는 소란보다 고요가, 화려함보다 감성이, 일정보다는 여유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울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돌아오면, ‘쉬었다’는 느낌과 함께 묘하게 마음이 정리된 느낌도 든다.
1. 등불 — 겨울바다 위를 흐르는 따뜻한 빛
울진의 크리스마스 조명과 등불 축제는 대형 루미나리에처럼 압도적인 스케일은 아니지만, 바로 그 소박함과 공간을 남겨둔 여백이 울진 겨울의 매력이다. 왕피천 공원에는 연말이 되면 소원등과 조명이 설치된다. 등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바람과 이별,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하는 작은 신호 같다. 입김이 나오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조명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지난 한 해를 떠올리고 새로운 해의 다짐을 떠올리게 된다.
엑스포공원 주변 조명 구역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 가족 여행자는 물론 연인 여행자에게도 인기다. 조명 아래 서서 찍는 사진은 특별한 장식 없이도 크리스마스 느낌이 충분히 난다. 아이들은 눈처럼 빛나는 조형물 앞에서 뛰어다니고, 연인들은 조용히 손을 잡고 걸으며 말을 줄인다. 말보다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더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진 크리스마스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풍경은 바다와 조명이 만나는 해안도로 야경이다. 차를 몰고 천천히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쪽에는 어둠 속에 묻힌 바다, 다른 한쪽에는 노란빛 가로등이 이어진 길이 펼쳐진다. 차창을 약간 열어 바람을 느끼면, 비릿한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가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마음에 스며든다.
2. 겨울맛집 — 차가운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든든한 한 끼
울진에서 겨울에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여행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울진의 대게, 홍게, 해물탕은 특히 겨울이 제철이라 맛이 깊다. 겨울 대게는 살이 꽉 차 있어 껍질을 열자마자 달콤한 향이 먼저 퍼진다.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게살은 한 입 먹는 순간 입안 가득 ‘아, 겨울이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촉촉하고 부드럽다. 여기에 남은 내장과 밥을 섞어 비벼 먹으면 그 한 끼가 바로 크리스마스 만찬이 된다.
해물탕도 울진 겨울의 대표 메뉴다. 바람에 얼어붙은 손끝도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이면 금세 녹는다. 새우, 전복, 조개가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탕은 깊은 국물맛이 일품이고, 고춧가루와 마늘향이 어우러져 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준다. 칼칼하면서도 진한 맛은 울진 겨울 여행을 완성한다.
식사를 마친 후엔 바다 전망이 있는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창밖에는 물결과 겨울바람, 그리고 멀리서 보이는 조명이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아니어도, 마시멜로가 얹힌 핫초코나 부드러운 라떼 한 잔이면 충분히 연말 분위기가 난다. 울진의 음식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여행의 감정을 완성하는 요소다.
3. 즐길거리 —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겨울 일정
울진은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해안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죽변항에서 후포항까지 이어진 길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겨울바다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기에 좋다. 창문을 약간 열면 바닷바람이 들어오는데, 그 느낌이 얼얼하면서도 묘하게 기분 좋다.
또한 울진에는 온천이 유명하다. 덕구온천이나 백암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여행 피로는 물론, 겨울 내내 쌓였던 긴장까지 함께 녹아내린다. 뜨거운 물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마음도 풀려가는 기분이 든다. 크리스마스 여행에 온천까지 더해지면 그것만으로도 힐링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울진 겨울 여행의 마무리는 일출이다. 울진은 동해안에 위치해 있어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추운 새벽, 손난로를 꼭 쥐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이 시간이 단순히 풍경 감상이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마무리
울진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여행은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고, 요란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된다. 바다는 차갑지만 여행은 따뜻하고, 등불은 작지만 마음에 남는 울림은 크다.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보내고 싶다면 울진은 최고의 선택이다. 올해의 마지막 여행지로 울진을 택한다면, 아마 돌아오는 길에는 조용한 미소와 함께 “잘 다녀왔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